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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천명관 '고래' 줄거리: 춘희에 의한, 춘희를 위한

by 꿈꾸는 책 202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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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후보에 오른 소설 '고래'를 읽었다. 먼저 읽은 친구가 신화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천명관 '고래' 줄거리 목차

1. 1부 부두

2. 2부 평대

3. 3부 공장

4. 마무리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라는 세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이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펼쳐진다. 서술자는 '독자 여러분'을 언급하며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청자에게 들려준다. 판소리 사설 같은 느낌을 준다.]

 

소설은 작가의 문체에 따라 독서 방법이나 독서 속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소설 '고래'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술술 읽혀 읽기 속도가 빨랐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1. 1부 부두

국밥집 노파는 박색인 탓에 시집 간지 하루 만에 소박을 맞고 드난을 살게 된 대갓집 외아들, 반편의 시중을 들다가 반편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반상의 법도가 지엄한 시대에서 노처녀의 행위는 용납되지 않았다.

 

몽둥이로 매를 맞아 피곤죽이 된 노처녀는 복수를 한다. 며칠 전 비로 불어난 개울로 반편이를 밀어 넣어 죽인다. 노파는 반편이의 아이를 낳지만 딸의 눈을 보면 반편이가 떠올라 딸의 눈을 애꾸로 만들어 버린다. 딸의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속담대로 노파도 곰보라는 사내와 살게 되지만 곰보가 딸을 범하자 곰보를 죽이고 딸을 벌을 치는 노인에게 팔아버린다. 비정한 노파는 세상에 복수한다는 명목하에 돈을 악착같이 모으지만 결국 돌아온 애꾸 딸에 의해 돈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노파는 결국 세상에 복수를 못 하고 끝난 것일까? 답은 2부 평대에서 찾을 수 있다.

 

금복은 산골 소녀에서 평대의 사업가로 성공한다. 금복은 아버지를 떠나 생선 장수를 따라 도시로 향한다.

금복은 생전 처음 바다를 보고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리고 운명의 고래를 만나게 된다.

 

소설 제목이 왜 고래일까? 걱정이와 관련이 있는 거 같다.

금복은 운명의 남자, 걱정을 만난다. 기골이 장대하고 황소 같은 어깨, 보통 장정의 서너 배 몫의 일을 하는 걱정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태풍 속에서 원목을 나르던 걱정이 뒤에 있는 하역부들을 구하기 위해 통나무에 맞서 경이로운 힘을 발휘하다가 부상을 입는다. 육체가 어이없이 무너져내려 통나무처럼 누워 지내게 된다.

 

그러나 금복이의 지극한 병구완으로 걱정이는 기적처럼 살아난다. 하지만 목발을 짚어야 걸을 수 있고 옆구리와 근육이 손상되어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복이는 걱정이의 의처증 때문에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이때, 금복이 앞에 칼잡이가 나타나게 된다. 금복은 칼잡이를 통해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와 살게 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걱정이가 금복이와 칼잡이의 관계를 알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자살한다. 이를 뒤에서 지켜본 칼잡이는 금복이의 오해로 금복이에게 죽임을 당한다. 금복이는 칼잡이가 걱정이를 죽였다고 생각한 것이다.

 

걱정이의 죽음과 칼잡이를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금복이는 거지들과 유랑생활을 하다가 임신하게 된다. 그리고 쌍둥이 자매 마구간에서 걱정이를 닮은 딸, 춘희를 낳게 된다. 사 년이 흐른 뒤 낳은 아이가 어떻게 걱정이를 닮을 수 있을까?

 

금복이의 앞을 내다보는 감각, 거인 역사 걱정, 벙어리 춘희, 죽은 노파의 원혼 등은 이 소설을 설화처럼 느끼게 하는 신비로움을 준다.

 

벙어리 춘희는 쌍둥이 자매가 돌보던 코끼리 점보와 교감하게 된다. 춘희의 영원한 동반자 점보!

 

2. 2부 평대

금복이는 죽은 노파의 국밥집을 사서 평대다방을 열게 된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밤, 국밥집 천장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빗물과 함께 죽은 노파가 숨겨둔 돈다발이 쏟아졌다. 돈벼락을 맞은 금복은 국밥집 노파가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모은 돈으로 '평대벽와'라는 벽돌 공장을 세우고 운수사업을 시작한다.

 

평대벽와 벽돌의 성공은 文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文은 금복이 평대에서 인연을 맺은 사내이다. 금복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평생 가슴에 간직했던 고래, 고래 모양의 평대 극장을 세운다.

 

그러나 죽은 노파의 원혼은 금복이에게 복수한다. 금복이는 文과 쌍둥이 자매가 죽은 후 나이가 들면서 남성 호르몬이 분비되자 수련이라는 창부에 빠지게 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노파의 저주로 고래극장에 불이 나 금복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불에 타 죽게 된다. 금복의 라이터에서 시작된 불은 끔찍한 참화였다. 이 사건으로 평대는 폐허가 되고 사람들에게 잊혀진 땅이 된다.

 

3. 3부 공장: 춘희에 의한, 춘희를 위한

'고래'라는 소설은 춘희로 시작해서 춘희로 끝난다.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 남자보다 힘이 쎈, 통뼈를 가진 벙어리 춘희는 소설 속 인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다. 물론 금복의 일대기가 중심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주인공은 춘희이다.

 

순진무구한 춘희! 춘희는 거구에 못생기고 벙어리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고독한 삶을 산다. 그녀의 유일한 동반자는 코끼리 점보이다. 하지만 코끼리가 죽고 어머니 금복이가 화재로 죽은 후 방화범으로 지목되어 미결수로 감옥에 가게 된다.

 

감옥에서 춘희는 교도관에게 '바크셔'라 불리며 온갖 고초를 겪는다. 그럴 때마다 점보를 떠올리며 정신적으로 극복한다. 출감 후, 춘희는 갈 곳이 평대 밖에 없었다.

 

벽돌 공장에 돌아왔지만 아무도 없었다. 퇴락한 공장에서 춘희는 신석기시대 사람들처럼 짐승을 잡아먹고 열매를 따먹으며 의붓아버지 文이 가르쳐준 대로 벽돌을 만든다. 예전처럼 사람들이 공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며...... 그러나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국밥집 노파와 금복이는 어떤 어머니인가?

국밥집 노파와 금복이는 자신이 낳은 딸이 아버지, 전 남자를 닮았다는 이유로 외면한다. 모성애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정한 어머니였다. 어머니에게조차 무관심 대상으로 소외당했던 춘희, 이런 춘희에게 어릴 적 공장에서 만났던 소년이 트럭 운전사가 되어 나타난다.

 

춘희에게 행복이 찾아온 것이다. 트럭 운전사와 금복은 인연을 맺는다. 그녀의 인생 중 가장 평화로웠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늘 트럭 운전사가 말한 것처럼 춘희가 임신하자 트럭 운전사는 춘희 곁을 떠났다.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홀로 아이를 낳은 춘희는 눈보라가 매서운 겨울, 열이 높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눈보라가 치는 어두운 밤, 산속을 헤매다 눈밭에 갇히게 된다. 아침이 밝아서야 정신을 차린 춘희는 아이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울음을 울게 된다.

 

아이를 잃은 슬픔으로 곡기를 끊고 죽음을 기다리던 춘희는 벽돌을 구우면서 슬픔을 극복한다. 벽돌에 그리움의 대상들을 그리면서......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지독한 고독 속에서 춘희는 죽는 순간까지 벽돌을 구웠다. 공장 마당, 공장 뒤편 벌판까지 춘희가 만든 벽돌이 쌓였다.

 

춘희가 죽은 후 대극장을 만들던 건축가에 의해 춘희는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대극장을 지은 벽돌을 구워낸 주인공으로, 붉은 벽돌의 여왕으로.

 

4. 마무리

개망초를 보면 춘희가 생각날 거 같다. 춘희는 소외된 사람들, 고독한 사람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외로움 속에서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죽는 순간까지 벽돌을 굽는 모습은 장인의 모습과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 동시에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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